도서관에서 2시간 30분만에 다 읽은 책.
<소년이 온다>
처음에 책 표지만 얼핏 보고 상상한 주제는
반딧불 반짝거릴듯한 풀숲에서 나온 소년의 아름다운 동화적 스토리였다.
그런데 책 내용은 내 생각과 전-혀 달랐다.
한강 작가님의 채식주의자를 먼저 읽었었는데
혹시 채식주의자 주인공 영혜에
한강 작가님의 생각을 투영시킨거라면,
책 에필로그 부분에 나온 것처럼
<소년이 온다> 책을 쓰는 과정 중
구타당하는 꿈, 구해내야하는 꿈들을 꿨다는 기억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 채식주의까지
생각이 닿았던게 아닐까 싶었다.
잔혹한 현실을 마주하기 버거워
세상을 흐리게 보기 위해 눈을 가늘게 뜨는 주인공,
말을 아주 아끼게 되는 주인공,,
그 주인공들의 심리,
그리고 작가님의 인터뷰 스타일이 조금 이해가 되기도 했다.
이 책의 목차는 총 6장으로 구성되어있었다.
1장. 어린 새
2장. 검은 숨
3장. 일곱개의 뺨
4장. 쇠와 피
5장. 밤의 눈동자
6장. 꽃 핀 쪽으로
에필로그. 눈 덮인 램프
이번 이야기도
<채식주의자> 처럼
광주 5 · 18 민주화운동 당시를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각각의 입장에서 풀어내
당시 상황을 다각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었다.
책을 읽으며 계속 들었던 생각은
'내가 만약 그 현장에 있었다면,,,,
나는 과연 이들처럼 행동할 수 있었을까.
나는 과연 친구들을 안 따라나설 수 있었을까.
나는 과연 무자비한 고통을 참아낼 수 있었을까.
나는 과연 그 광경들을 목격한 후 지금처럼 살 수 있었을까...'
난 꿈을 생생하게, 당일 있었던 일 뿐만 아니라
매체를 통해 접한 가상의 이야기마저
생생하게 그려내는 편이라서
책을 읽으면서조차
오늘 꿈에 이 내용이 나오진 않을까 무서웠었다.
그런데 이게 진짜 현실이었던 사람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이 더 악몽 속이지 않을까 싶었다..
공포 영화도 전쟁 영화도
무섭고 잔인한 건 안보고 살던 나에게
이 책은 그림이나 사진 한 장 없이
'두려움' 을 표현하는 온갖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1장. 주인공 어린 소년이 친구와 함께 시위대에 따라나섰다가
총소리에 흩어지다 친구가 총에 맞았고,
친구를 찾아다니다 시체 분류하는 일을 하게 되는 이야기
2장. 죽은 친구의 입장에서 시체 무덤 속에서 혼이 빠져나와
불 태워지기까지의 상황 묘사
3장. 조사실에서 뺨을 7대 맞고 나온 여자가 그 날을 곱씹으며
하루에 1대씩, 7일동안 잊기 위해 떠올리는 그 날 이야기.
4장. 직접 총을 메던 남자가 교도소에 가서 고문당하는 이야기
(모나미펜 고문법, 2인 1식 식판,,, 가장 잔혹하게 느껴졌던 이야기)
5장. 그 날을 잊고, 덮고 살고 싶은 여자가 증언(녹취) 요청을 받고
그 날을 회상하며 떠올리는 성고문 이야기
6장. 그 날 막내아들을 잃게 된 어머니의 이야기
6장을 읽으며 울 뻔 했다.
솔직히 도서관이 아니었으면 울었을 것 같다.
전라도 사투리로 모든 일이 본인의 탓인 듯 덤덤하게 말하는 투가
참 마음 아프고 슬프게 느껴졌다.
꽃 핀 쪽으로 걸어가자며 손 꼭 잡고 끌고 가던 어린아이를
기억하는 어머니,,
아직도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이다.
책을 읽고 그 날을 겪은 사람들, 남은 가족들의 삶까지도
생각해보게 하는 울림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강 작가님은 분명 살아계시지만,
책을 읽다보면 작가님이
'삶' 보다는 '죽음'에 더 가깝게 느껴지는 듯 하다.
<소년이 온다>에서는 마치 죽어본 사람처럼
죽어가는 장면부터 죽음 이후의 장면까지
아주 섬세하게 표현되어있고
<채식주의자>에서는 자살시도해본 사람처럼
또는 누군가를 살해해본 것처럼
살해 장면도 아주 세밀하게 표현되어있는게
참 신기하고 대단했다.
또 작가의 관점만을 부각하지 않고
6장이나 다른 이야기들을 풀어냄으로써
어쩌면
'각자의 행동 이유를 좀 더 깊게 들여다보고 생각해보자.'
이런 이해, 포용의 메세지를 주고 싶었던건 아닐까 생각했다.
아무튼 평온하게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지금 세상에
감사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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