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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독서 후기] 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창비)

by 실스(sils) 2024.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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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책 읽는 흥미를 다시 이끌어내게 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수상 이후 책이 품절돼 구하기 어렵다는 기사들을 많이 봤는데

다행히도 집 앞 도서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대신 도서관에 있던 책은 왼쪽 구 버전이었고,

오른쪽이 수상 이후 신 버전으로

표지가 바뀌어 재출판된 듯 했다.

 

 

그동안 책과 거리 좀 두고 있던

무지한 나에게 사전 배경지식이라곤

학교 도서 비치로 논란이 있다는 뉴스 뿐,

 

어떤 책인지 제대로 모른 채 읽기 시작했다가

읽으며 마음이 답답하고 우울해지고

충격과 공포의 전개에

불쾌한 감정까지 건드릴 수 있는

아주 무거운 책이라는 걸 알게되었다.

 

책의 목차는

1. 채식주의자

2. 몽고반점

3. 나무불꽃

위 순서로 구성되어있었다.

 

다 다른 이야이기일까 했는데

 

채식주의자가 된 주인공 영혜를 둔

가족들의 이야기였다.

 

1. 채식주의자는 주인공 영혜의 남편 입장에서,

2. 몽고반점은 주인공 영혜의 여동생 남편 입장에서,

3. 나무불꽃은 주인공 영혜의 여동생 입장에서.

 

각 인물들의 입장에서 다시 쓰는 이야기는

상황을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이런 풍부한 연출력은

이후에 읽은 '소년이 온다' 책에도 적용되어있었는데

이게 한강 작가님의 스타일인 듯 했다.

 

채식주의자 소설 주 내용은

어느날부터 주인공 영혜가 꿈 속에서

죽고 죽이는 아주 잔인한 꿈들을 생생히 꾸며

육식을 완강히 거부하게 되어 벌어지는 일들이다.

 

읽으며 안타까웠던 점은

영혜가 정말 정신병이 아니었다면,

초기에 꿈 전문가나 심리상담가라도 찾아가

상담을 받아봤다면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남편과 대화태도나

가족간 대화 태도를 미루어보았을 때

영혜가 좀 더 구체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해

가족들을 이해시킬 수는 없었을까?

 

이토록 완강히 거부하는 이유를 묻는 가족들의 물음에

단답으로 "꿈때문에" 이렇게만 말하고 침묵하면,,,

읽는 나도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또 읽으며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뉴스 속 논란의 중심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던

2. 몽고반점 부분이었다.

 

이걸 가족간 불륜,,? 이라고 봐야할지..

생각지 못한 전개에 읽다가 숨이 턱 막히는 듯 했다.

 

게다가 모든 행동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덕분에

아직 성관념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청소년들이 보기엔 곡해할 여지가 있지 않나 싶었다.

 

어찌됐든 가족간 모두의 관계가 파멸로 치닫기까지의

상황들을 읽는게 고통스러웠고 안타까웠다.

 

또 생소한 어휘들이 많아서

국어사전 검색해가며

새로운 단어들을 알게되기도 했다.

 

문해력 이슈가 남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다시 책 좀 열심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종이책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요즘은 전자책이 굉장히 잘 나와있어

모바일로 편하게 보고 듣는게 익숙해졌었는데

책장 넘기며 보는 게 더 집중되고 좋았다.

 

'채식주의자' 책은

읽고나서 마음 한쪽 괜히 불편해지게 했지만

 

이후 '소년이 온다' 책을 읽고

아, 주인공 영혜가 이런 일을 아주 찐하게 간접경험했다면

이럴 수도 있었겠네. 이해되기도 했다.

 

한강 작가님의 책을 읽고

불편함, 두려움을 피하며 살고싶어하는 나에게

강제로 불편함을 마주하게 하는 책이었고

내가 일부러 보려하지 않고 있던 부분도

똑바로 쳐다보게끔 하는 듯 했다.

 

어찌됐든 이 책은

내 삶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게 된 것 같다.

 

10월이라고 여기저기 축제 놀러다니다가

채식주의자 독서 이후 급 독서의 계절 무드가 되어

벌써 책을 연달아 3권이나 읽었다.

 

외면하고 있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도 조금 생겼다.

 

기회가 된다면

섬세한 문체를 초월 번역으로 잘 살렸다는

영문 번역본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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